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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절정,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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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애순 댓글 0건 조회 2,054회 작성일 07-06-0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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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7월말 40대 초반의 대기업 이사 한 분이 쓴 '3박4일의 이별연습'이라는 일기가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정기검진을 하는 중 기관지 임파선에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종양제거 수술에서 퇴원까지 3박4일간의 심정을 기록한 일기다. 다행히 종양은 물혹으로 판단돼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는 당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다고 고백한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수술을 앞두고 쓴 그의 일기에는 회한과 자책이 넘쳐 난다.

'담배를 끊었더라면 이런 후회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훨씬 덜 할텐데. 자꾸 눈물이 난다.왜 그런가? 마흔을 넘겼으면 적어도 한 달에 몇 번쯤은 삶에 대해 돌아봤어야 하지 않았나. 도대체 뭘 하다 막판에 몰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가.'

그 당시 나는 상담실에서 이 편지를 화제에 올리는 중년남자들을 적지않게 만났다. 그 편지에 관한 기사가 난 신문을 오려서 지갑에 가지고 다니다 꺼내 놓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많은 중년남자들은 '마흔을 넘겼으면 적어도 한 달에 몇 번쯤은 삶에 대해 돌아봤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대목에 마음속 밑줄을 죽 그어놓고 있는 듯 했다. 실제로 살아 가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사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자아성찰'을 10대 소녀의 유치한 감수성과 동류항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실직불안, 업무과중, 비전 불투명의 3대 生活苦에 시달리는 중년의 남자들에게 그런 의문은 사치에 다름아닐 수도 있다. 관념은 현상의 지배를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상한 철학적 의문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절실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의 한복판이다. 중년여자라고 해서 유독 가을에 무심할리도 없는데, 가을이란 계절과 맞물리면 중년은 오롯이 남자의 것이 된다. 물론 임상학적으론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여자이며 남자에 비해 무려 네 배 정도가 많은 편이다. 또 젊은 사람들보다 중년기이후의 나이든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은 남자를 흔들고, 여자는 봄기운에 휘둘린다고 믿는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그 이유를 여자는 자신을 '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남자는 무의식중에 자신을 '스러지는 존재'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봄이면 여자들이 화사한 빛깔의 옷가지 하나정도는 장만해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가을이면 남자들은 내면의 사소한 변화에도 유별나게 계절탓을 한다. 그렇다면 좀 우악스러운 비유이긴 하지만,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가을이라는 계절을 핑계로 인생의 한 정점에 서있는(中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일도 그렇게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분석가 융은 중년을 '인생의 정오(noon of life)'라고 했다. 중년이 되면서 인간은 이전까지 외형적인 것에 치중했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 자신의 욕구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중년은 활기와 감성과 열정이 있는 시기이며, 하루로 치면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와있는 정오에 해당되는 절정의 시기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30대까지 대부분의 남자들은 교육을 받고 직업을 선택하여 실생활의 기반을 다지고 결혼을 하는 등 삶의 외형적인 틀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 이후에는 일을 안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30대는 오직 외형적인 무엇을 이룩하고,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서 앞뒤좌우 둘러보지 않고 집중하는 시기라는 말이다.

삶의 본질에 천착하는 중년의 나이

그 결과 삶의 외형이 어느 정도 잡히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사람들은 일 중심의 가치관을 넘어서서 보다 자유로운 내면적 자아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약간의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변화는 대체적으로 30대 후반경부터 시작된다. 이런 중년의 변화를 생물학적, 의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대체로 30대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남자의 내분비계통에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고 여성 호르몬이 증가하는 현상이 시작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예전보다 예민하고 감성적으로 되며 의존성이 늘어나는 한편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이 되살아 난다. 여성적인 특징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갑자기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들을 '의미가 없었다, 잘못 살았다'고 자책하며 삶의 쓸쓸함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정신의 키'가 훌쩍 자라듯, 중년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중년은 '제2의 사춘기, 진정한 의미의 사춘기'다.

40대 초반에 들어선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한다는 어느 아내의 푸념을 들어보자. 요즘들어 부쩍 남편이 '사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소리를 한단다.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그러고 있는 남편이 철없어 보인다고 한숨짓는다. 아이들 앞으로 돈이 솔찮게 들어가는 현실적 고민으로 골머리가 아픈 아내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20대 초반까지는 '왜 사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어떻게 사는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학자들의 이런 '뻔한' 진리(?)가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중년의 남자를 비정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일까. 이 시기의 남자들에겐 '끈적끈적하고 퀴퀴한' 중년의 모습만 있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의 통념이다. 그러나 통념이 곧 진실인 것은 아니다.

어쩌다 시작해서 다른 일은 엄두도 못내게 한, 그리하여 자신의 인생을 불가사리처럼 장악한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그 순간을, 자신의 접어버린 꿈과 함께 남자는 이제서야 안타깝게 떠올린다. 줏대도 색깔도 없는 듯한 자신의 성격에 대해 한자락 의미라도 부여하려고 갈등하는 것도 이 시기의 남자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삶의 무게에 발목이 잡힌 무기력한 중년의 나이를 쉬지 않고 일깨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평생의 멍에

쫓기는 듯한 바깥일로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권부장(45)이 오랜만에 아내와 중학교 다니는 딸 둘을 데리고 외식을 나갔다. 음식점에서 맛있게 갈비를 먹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혀 엉뚱한 생각 하나가 권부장의 마음을 스쳐 지나간다.

'저렇게 잘 먹는데, 저걸 어떻게 평생 벌어먹이나....'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에 그의 마음은 한없이 착찹해졌다고 한다. 이런 권부장의 속마음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그 사진은 남자의 삶을 상징하는 한 컷이 될 것이다.
예전에 직장 남자들을 대상으로 '남자들의 삶'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대다수 남자들이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배수의 진을 치고 살아 간다는 점에서 얼굴은 다르지만 속마음은 닮은꼴이 아닐까.

'남자의 정장은 보통 검정, 아니면 흰색으로 정해져있다. 반대로 여자의 정장은 갖가지 색상을 쓸 수 있다. 검정, 흰색은 어디까지나 배경색으로 색채를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이 말은 남자의 삶이 아내와 아이들의 삶의 뒷배경으로 존재하기 쉽다는 것의 한 상징적 표현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의식하지 않아야 하는 것, 개인적 욕망을 뒤로 미루어야 하는 것, 그런 것이 가장(家長)들이 살아가는 한 상징이 아니겠는가.

상담실에서 남자들과 얘기를 하다가 '그때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하고 묻게 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많은 남자들은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느낌'이라는 말에 걸려서다. '느낌'이라는 것의 실체도 느껴서가 아니라 '생각'해서 아는 게 남자다. 느낌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중년 남자들에게 '아내에게 가장 감동받을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남자들이 꼽은 첫 번째는 '아내가 내 부모에게 잘할 때'였다. 아내와의 관계에서조차 남자들은 자신이 배려받는 것보다 내 부모가 배려받기를 먼저 원하는 것이다.

확실히 남자들의 삶은 내향적이라기보다 외향적이다. 남자들의 본능적 성향이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술권하는 사회'라는 말로 대변되는 無言의 압력이, 남자들에게 대인관계를 넓혀가고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올가미를 씌운다. 오죽하면 '오늘도 마시고 내일도 마셔야 한다면 **소주'라는 광고카피가 다 등장했을까.

연대의식이란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는 삶의 고리다. 비단 남자들에게만 중요한 이슈일리는 없다는 말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서 혼자 살게된 남자의 얘기다. 이 영화는 '인간은 현실적으로 상호연대가 불가능하면 상상속에서라도 무형의 연대의식을 가져야만 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잘 보여준다. 남자는 난파된 소포더미에서 발견한 배구공에 사람얼굴을 그려넣고 몇 년간 그 공과 얘기를 나누면서 지낸다. 물론 배구공이 그의 말을 알아들을리는 없다. 어린 시절 컴컴한 밤길을 갈 때 강아지라도 한 마리있으면 덜 무서웠던 것도 같은 이치다. 인간의 연대의식이란 그렇게 본능적이다.

'남는 것은 사람밖에 없어....'

하지만 남자들의 경우 나이가 들어갈수록 연대의식에 대한 집착이 더 강력해 지는 것 같다. 중년의 남자가 후배들에게 '이 나이까지 사회생활해보니까 남는 것은 사람밖에 없어. 사람관리 잘하라고.....' 그렇게 말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그 말의 본뜻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다. 세상에 '인간사이의 관계'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남자들이 지나치게 연대의식에 몰두하여 삶의 많은 부분을 허비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남자들의 삶을 얘기할 때 '마당발식 연대의식'은 대단히 중요한 코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학 사무처에 근무하는 40대 후반의 서과장은 얼마전에 있었던 고교 동창모임만 생각하면 마음이 쓸쓸해 진다. 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는데 운이 없게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는 경찰에게 연행되었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고스톱이라서 훈방정도에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까탈스러운(?) 파출소장은 본서로 넘기겠다고 조서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로 그때부터 친구들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서 줄을 대기시작한 것이다. 친구들 가운데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서과장뿐이었다. 전화할 사람을 생각해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마당발인 남자들을 표피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이라고 폄하해왔다. 그런데 막상 그날 이후 그는 '혹시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닌가'하는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대인관계가 곧 능력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신은 전혀 그런 대비를 해오지 못했다는 생각이 그를 씁쓸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 남자들은 나로 해서 문상객이 몇 명이나 왔는가에 은근한 관심을 가진다. 남자형제가 여럿일 경우 형앞으로는 **명, 내앞으로는 **명인지를 자기도 모르게 헤아리게 된다. 그렇게 문상객수를 자기가 살아온 삶이 성공적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한 척도로 받아들이면서 남자들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자기도 모르는사이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지극히 사적인 관계로 보이는 친구사이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동창회, 향우회같은 공적인 네트워크에서 파생된 것이고, 그 관계가 끈끈한 이유는 그것이 일종의 배타적 속성을 띠기 때문이다. 서로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남에 대한 배타성을 공통분모로 결속력을 다지는 것 같다. 그런때문인지 죽을만큼 어려움에 처한 남자는 남자친구보다는 여자친구와 얘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절박한 순간에는 어떤 도움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의 인간관계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마당발식 연대의식으로 인한 '자기인식의 결함'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특히 중년에 들어선 남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때 남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전 처음으로 내면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울 수 있는 남자가 되라

개인 사업을 하는 송사장(49세)은 자기 회사의 김이사(47세)가 수년 전부터 죽은 사람의 염(殮)을 해주는 자원봉사를 해왔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간혹 40대 중반이 넘어서까지 그림을 그린다거나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갖고 있던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은 있지만, 염을 해준다는 말에 송사장은 너무 충격을 받았다. 김이사를 그 일에 뛰어들게 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그 일을 하면서 그는 무엇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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