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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생각나는 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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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37회 작성일 02-10-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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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 김 정 환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향토길을 그리워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헐벗은 자세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잖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 상처, 그리고 그대의 생활 때문일 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차린다 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 바 몰라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될 수 없는 어떤 생애 때문일 뿐 그대의 진귀함 때문은 아닐지니 우리가 다만 업수임받고 갈가리 찢겨진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듯이 조국의 사지를 사랑하듯이 내가 그대의 몸 한 부분, 사랑받을 수 없는 곳까지 사랑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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