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얼음조각은 상처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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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재기 댓글 0건 조회 1,741회 작성일 09-05-26 21:21본문
얼음조각은 상처를 보이지 않는다
구 재 기
얼음조각은 제 몸에
칼금을 남기지 않는다
날카로운 칼날이 지나간 상처를
눈물로 씻어 제 몸을 조금씩 소멸한다
눈물이란 상처를 다스리며
제 몸을 점점 소멸해 나간다는 것
아, 어머니는 살아생전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사위어내셨을까
지상의 한 자리에는
인절미 같은 어머니의 눈물자국
그리고 눈물자국 속에는
보이지 않는 흥건한 상처들
푸르른 오월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또 다른 생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결혼식장 로비 한 가운데
얼음조각은
제 몸을 삭혀내면서
작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삭혀내는 눈물로
메마른 가슴들을 모두 적시어 준다
2008. 겨울 제 25호. 계간 [문학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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