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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태공동체의 현황과 성공을 위한 조건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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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랑 댓글 0건 조회 1,723회 작성일 08-05-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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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태공동체의 현황과 성공을 위한 조건들
- 황 대 권 (생명평화결사 공동체위원장)




한국의 생태공동체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90년대 이후라고 했지만 현재 온전히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공동체들은 대부분 그 이전에 시작된 것들이 많다. 그것은 공동체가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맨 땅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거기에다 지속적인 생존기반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주형 공동체의 경우 토지를 구입하여 회원들의 손으로 집을 짓고 농토를 만드는 기간이 최소한 3~5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회원들 간에 팀웍이 잘 맞고 자본동원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않은 경우 수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정주형 생태공동체에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야마기시경향실현지와 경남 함양의 두레마을, 전북 변산의 변산공동체, 경북 울진의 한농복구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형 공동체의 건설은 주민들의 의식을 계발하여 주민 스스로 지역공동체의 주체로 나서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대표적인 농촌마을 공동체인 홍성 문당리의 경우 마을공동체가 공식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법인이 설립된 1999년이지만 그 이전에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벌인 지역공동체 운동의 역사가 40여 년이나 된다. 홍성 외에 대표적인 지역공동체로는 전남 장성의 한마음 공동체와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실상들녁공동체를 꼽을 수 있다.


1. 유형별로 본 한국의 생태공동체


가. 유통(네트워킹)중심 공동체:
한살림,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비롯한 지역의 각종 생협, 종교단체 내의 도농교류센터,
지역화폐(안산 고잔품앗이, 부산Y공동체, 광주 나누리, 미내사클럽, 진주 상봉품앗이, 서울 송파품앗이, 경기 광명그루, 과천품앗이, 대전 한밭레츠),
공동체연대(전남 광주)


나. 생산중심 공동체:
한마음공동체(전남 장성, 영농조합, 유통매점 주로 광주전남과 경남에 46개), 야마기 시 경향실현지(경기 화성),
한농복구회(경북 울진을 비롯한 전국 10곳 1500가구 2500명, 해외 10지부),
변산공동체(전북 부안), 방주공동체(경북 울진),
팔당생명살림(경기 남양주; 1995년 팔당상수원유기농업영농조합+소비자 생협),
쌍호공동체(경북 의성)
솔샘일터(서울), 눈비산마을(충북 괴산),
풀무평화공동체(충북 괴산),
새누리공동체(경부 영주; 옥방교회공동체 영주일대를 아우른 생산자공동체 서울 영락 교회지원), 한울타리공동체(경남 거제),
솔뫼농장(충북 괴산); 1994년 시작. 유기농 생산공동체. 현재 13가구 참여.


다. 치유중심 공동체:
의료생협(서울, 대전, 안산, 원주, 안성, 인천),
라파공동체(대전; 2000년 기독교 알콜중독자 치유),
한마음치유공동체(경기 평택; 1998년 정신질환치유 기독교),
하비람살림마을(충남 금산; 1992년 장길섭 전원살림마을의 영성수련회에서 시작.
2005년 현재 6000여명 이수. 내적치유 자아발견)


라. 교육중심 공동체: 현재 90여개 확인(한겨례신문 2005. 9.26)
풀무학교(충남 홍성),
간디학교(경남 산청),
과천 무지개학교(경기 과천; 교육마을),
둔철생태교육마을(경남 산청),
자유학교 물꼬(충북 영동; 1997년 생태공동체 지향+대안학교+기존마을공동체)


마. 종교 영성 공동체:
가톨릭 수도원.
예수원(강원 태백),
두레마을(경남 함양),
디아코니아(경기도 포천, 기독교신자 공동체 주로 목사 전도사),
보은 예수마을(충북 보은),
정토수련원(경북 문경),
민들레공동체(경남 산청),
예수살이공동체(서울, 박기호신부)


바. 사회복지 공동체:
다일공동체(서울); 노숙자공동체, 나눔의 집, 다일천사병원, 다일교회(교회건물 없다.
대신 헌금의 51%를 구제와 선교에 쓴다. 다른 교회평균 4.7%)
동광원(귀일원 전국 6곳); 이현필선생을 따르는 사람들로 1948년 시작 장애인 고아
시골교회(강원도 화천; 임락경 영농 장애인공동체),
작은누리(경북 문경; 고아 위탁교육),
두레누리살림터(경남 거창; 유성일목사 농사짓는 장애인공동체)


사. 생태마을:
안솔기마을(경남 산청),
청미래마을(경남 함양),
하늘소마을(전북 장수; 장수군이 마련한 귀농자마을 2004년 11가구입주)


아. 지역동동체:
문당리(충남 홍성); 풀무학교 출신 주형로. 전국 최초 오리농법 도입 주변지역까지 200만평 확산. 마을 100년 계획.
물만골공동체(부산 연제); 철거반대투쟁 통해 공동체로 발전. 450세대.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주민학교 풍물패 공부방. 생태마을 지향. 공동체 시설 위해 토지매입.
성미산주민공동체(서울 마포); 1994년 공동육아사업으로 시작. 방과 후 학교. 카센터.
각종 취미동아리. 마포두레생협. 성미산 대안학교(학교를 마을공동체의 중심으로). 마포지역방송.
한생명(전북 남원); 실상들녁공동체. 귀농학교(1999). 작은학교(2001). 한생명(2001)
지역농업센터(2004). 생명평화결사운동의 요람.
참삶공동체(전남 담양); 2005년 결성. 대덕군 유기농 영농공동체. ‘자연을 따르는 사 람들’ 결성 지역공동체로 도약.


2.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두 가지 길


한국에서 생태공동체를 이루는 데는 크게 보아 두 가지 길이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생태마을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의도적으로 계획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가. 기존마을의 전환


생태마을 전략은 정부주도와 민간주도의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정부주도의 경우 농촌지역의 소득증대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어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경우 농촌관광을 그 주요 컨셉으로 잡고 있어 ‘생태’라는 말은 단지 소득증대를 위해 도입한 잘나가는 아이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현재 전국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주도의 생태 마을 전략은 생태사회로 나가기 위한 진지한 시도로 볼 수 있는 충분한 철학과 실천을 담보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전략이 주류가 도리 수밖에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장점
마을공동체의 하드웨어 그대로 간직
입주용이: 공동체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농촌의 빈집을 구해 한편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장기적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과 지역을 생태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세대교체기간 짧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고령자들로 이루어져 있어 마을에서 한 10년만 버티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마을의 헤게머니를 장악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지원 용이: 농촌이 워낙 낙후한 상태에 있다보니 귀농자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지자체나 정부 또는 사회단체로부터 지원을 얻어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런 지원들은 개인 영농자가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또 이런 작업을 통해 귀농자는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
고립감 완화


단점
원하는 시설과 기구를 맘대로 설치할 수가 없다
구상을 실현하는데 장기간의 시간 소요
원주민의 배타성: 주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 계획공동체
단점


토지구입의 어려움: 부동산투기로 인한 땅값 상승으로 계획공동체를 시도할만한 토지구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고립적:
초기의 경제적 어려움: 농사를 지어서 집단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태공동체가 비즈니스에 발 벗고 나설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갈등해결의 어려움: 아직 공동체운동의 역사가 짧다 보니 갈등해결을 위한 노하우가 적고 또 있더라도 잘 소화시키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마을로 들어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집단적인 공동체는 성공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나름대로의 ‘믿음’이 있다. 일견 타당한 판단이다. 그동안 숱한 실패 사례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개발을 통해 근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후기산업사회로 넘어왔기 때문에 아직 우리사회에 개인주의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그런데 서구와 같은 집단적 계획공동체는 철저한 개인주의를 전데로 한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서로의 독립성을 인정해 주고 자기의 주체성을 간직 한 채 공동체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러한 개인주의가 희박하기 때문에 함께 모여 있으면 간섭이 되고 구속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갈등이 일어나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풀지를 못하고 집단성을 저주하며 흩어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는 자연부락에 개별로 들어가 나름대로 지역에 적응하면서 네트워크를 모색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계획공동체는 주로 종교(또는 유사종교)적 신념을 바탕에 깔로 있는 집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장점
원하는 시설과 기구를 맘대로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 실현이 가능하고 노동력 확보가 용이하다: 계획공동체 전략에는 개별귀농으로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장점들이 있다. 예컨대 계획공동체에서는 미래에나 볼 수 있는 대안산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생태주택과 생태하수처리시설 등ㅇ르 체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안학교나 연구소, 전시관, 공연장 등과 관련된 대안 프로젝트를 마을 어디에서건 쉽게 실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계획공동체의 건설에는 계획성, 전문성, 집중성 등이 필요하므로 아무래도 프로젝트형 개발이 적합하다. 따라서 한국에서 계획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필요하다면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참여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공동체 영성: 마을에 혼자 살 때 보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영성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계획공동체에서의 생존과정 자체가 영성수련이 될 수 있다.


기존마을을 생태공동체로 전환하는 것이든 계획공동체이든 궁극적 목표는 지역공동체의 실현이다. 개별 공동체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 생태공동체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3. 성공적인 공동체를 위한 조건들


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기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심리를 가지고 온 사람들에 의해 공동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 사람들이 모이고 나서 노선갈등에 시달리기 전에 미리 비젼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예컨대 생태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그렇다. 이에 대한 분명한 동의가 없이 들어왔다가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나. 토지문제에 대한 법적 소유권의 확인


한국처럼 땅값이 급등하는 조건에서는 토지문제의 소유권을 확실해 두어야 한다. 공동체라고 느슨하게 해두었다가 나중에 분란을 일으켜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획공동체의 경우 토지는 대체로 공동소유로 하고 회원들에게는 점유권만 주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개인 소유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부동산매매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 권한과 책임, 재정에 대한 협약


협약을 명확하게 하려면 성숙함과 상호존중과 영적이 고결함이 있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공동체의 생활에 대해 반드시 새 멤버들과 충분히 상의를 한 다음 약정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룹 내에서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종종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초기부터 멤버들이 서로 기대를 달리 하고 있던 것을 알게 된다. 처음부터 의논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권한과 책임과 재정이다.


라. 공동체적 의식의 개발


의식(ritual)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절대로 필요하다. 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적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종교공동체는 교유의 의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공동체라면 개인적 기도나 집단적 활동 또는 회합 전후에 함께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공동체 의식을 개발해야 한다.


핀드혼공동체의 튜닝(tuning)이 좋은 예이다. 공동체에 특별한 기념일, 24절기, 경축일 등을 기념하면서 이러한 의식을 활용하면 공동체가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에너지가 형성된다.


마. 회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


공동체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도자나 간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회원들의 역량강화이다. 영어로 이것을 empowerment라고 하는데 글자 그대로 회원들의 지식과 능력을 강화하여 자기 삶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적한 교육프로그램과 이것을 잘 지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 개발과 지도자 훈련 역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뜻있는 개인과 단체들이 중지를 모아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널리 보급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현 단계 공동체운동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프로그램은 갈등해결과 영성개발에 관한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만으로 이 중대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절대로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공동체가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은 회원들 간의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했거나 영성 개발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몇몇 종교단체에서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구조가 폐쇄적이고 종파적이라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바. 생태디자인 및 생태적 집짓기


한국의 생태공동체 건설자들은 성격이 너무 급하다. 성격이 다 급한 것은 아니겠지만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을 시작하고는 단기간에 실적을 내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일단 급한대로” 하면서 생태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손쉽게 모양을 갖추는데 급급하다.


생활공간과 주변 환경을 생태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단기간에 결정될 일이 아니다. 장소의 생태적 특성을 알려면 최소한 네 계절 정도는 몸으로 겪어 보아야 무엇이 무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몇 아례 둘러보고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삼아 바로 기계를 들이대고 공사를 하거나 땅을 일구기 시작한다.


땅은 한 번 파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렵다. 긴 호흡을 가지고 땅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에 확신이 서면 삽이든 기계든 들이대야 한다. 대화의 기간은 자신의 생태적 구상(하수 및 쓰레기 처리 문제, 물 관리, 에너지 문제, 토지이용계획, 주변 식생에 대한 영향력 평가, 기계사용의 문제 등)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치밀한 준비와 적응기간이 없어 바로 일을 시작하면 의도와는 다르게 반생태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집짓기 역시 시간과 경제를 이유로 간편한 조립식 주택을 지어놓고 5년, 10년을 그냥 보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심지어 문 밖에만 나오면 다 자연인데 굳이 집에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할 말이 없어진다. 집은 영혼의 쉼터이다.
건강한 생태영성을 가지고 싶다면 집짓기에 함부로 편리주의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생태공동체에서는 최소한 자신이 집짓기에 직접 참여할 것과 생태적 디자인 및 생태적 재료사용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 대안기술의 개발과 보급


생태공동체에서 대안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테크놀로지와 생활양식은 함께 가는 것이다. 기술은 주류 사회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생활양식만 대안적으로 하는 것은 진정한 대안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공동체에서는 현실적인 여건을 이유로 대안기술과 대안에너지의 사용을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맡겨두고 있는 설정이다. 기껏해야 흙집 몇 채 지어놓고 시범용으로 풍력발전기 한두 대 세워놓는 것이 고작이다. 현재 수준으로 보아 이런 정도도 아주 ‘대안적’이랄 수 있을 만큼 국내의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도 대안기술과 관련된 연구소와 사업체, 정부의 지원정책이 너무도 빈약하다. 거의 모두를 개인의 능력과 자본으로 해결하자니 생존에 급급한 공동체들이 먼 훗날로 미루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제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정부와 기업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안기술과 대안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때도 되었다. 그리고 각 공동체들은 사회여건의 변화와는 별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나마 자기 나름대로의 대안기술 개발과 보급에 힘써야 한다.


그러한 기술들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 자체가 대안적 삶이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의 공동체들이 해당 지역의 토착(전통)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계승하는 것도 중요한 일거리 가운데 하나임을 명심해야 한다. 토착기술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지역고유의 기술이면서 대안기술이 추구하는 인간적 척도(human scale)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


농사로 100% 자급자족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비현실적이다. 농업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수입구조를 만들고 그와 동시에 생산물과 자원을 화폐 없이도 교류할 수 있는 교환시스템(예컨대 LET System)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다양한 기능과 취향의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비즈니스 자체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관념이다. 비즈니스 즉 상행위는 원시시대 이래 인간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행위 가운데 하나이다. 또 상업을 통해서만 유무상통이 가능한 영역이 있다.


생태공동체는 창의적인 소규모 그린비즈니스(Green Business)를 개척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수익이 나면서도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니까. 게다가 일을 통해 참여자의 영성을 풍부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니까. 생태적 내지 영성적 관심이 없이 오로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섣불리 사업을 벌였다가 공동체가 회사로 변해버린 경우가 많다.


설사 주의를 하고 일을 벌이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자본의 논리에 빠져 정체성이 의심스러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공동체 경제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거의 틀림없이 돈 문제를 가지고 갈등이 야기된다.


자. 제도와 법률의 개선


생태공동체운동은 말 그대로 바람직한 미래를 현실로 살자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재의 법과 제도에 부딪치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농촌마을의 한 공동체가 소득증대를 위해 자체 가공시설을 갖고 싶어도 까다로운 법규와 절차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지역에서 나는 자원과 기술을 이용하여 생태건축을 하고 싶어도 도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축법규에 어긋나기 때문에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토지와 건축에 대한 법률과 조례가 귀농자나 도시농업자들에게 유리하게 개선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미처 법률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많은 영역들이 대안운동의 대상이 되어 있는데 이를 시정하고 개선해나가는 운동이 시급하다. 법과 제도의 개선은 한 개인이나 단체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므로 이 역시 기존 NGO 및 사회단체들과의 연대와 네트워크 운동을 통해 사횢거 압력을 가해야 한다.


차. 공동체 지원 시스템의 강화


여느 운동도 그러하지만 공동체 운동은 특히 다양한 관계망의 형성이 중요하다. 공동체적 세계관 자체가 이 세상을 관계를 무한중층 구조로 보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동체는 다양한 관계망 가운데 하나의 결절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동체가 형성되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주위에 끊임없이 관심과 지원을 보내줄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각종 공동체 관련 컨설팅 기관, 기금후원 기관, 자원봉사 인력을 알선하는 조직,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조정하는 기관, 공동체 관련 인력양성 기고나, 프로그램 개발 연구소 등이 있다.


카. 지역성의 강화


공동체 운동이 대안이 도리 수 있는 것은 그 지역성 때문이다. 우리는 조선 왕조 건국 이래 600년이 넘도록 철저한 중앙집권적인 통치 아래 있었기 때문에 지방 또는 지역의 역사가 한번도 제대로 쓰여 본 적이 없다. 지역은 중앙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 또는 중앙정부를 위한 과세지일 뿐이었다.


근세이후 태동한 사회적 저항과 운동도 거의 대부분 중앙에 대한 도전이었다. 공동체 운동에 이르러 처음으로 지역을 위한 지역의 운동이 꽃피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공동체 운동의 생명은 여하히 지역성을 담보하느냐에 있다. 설령 중앙이 몰락하더라도 자기완결 구조를 가진 지역의 공동체는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중앙이 강하면 지방이 약해지고, 중앙이 약하면 지방이 강해지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우리의 경우 중앙이 약해지더라도 지방의 강화를 용납하지 않는 뿌리 깊은 중앙집권 의식으로 인해 지역에서의 민란과 반역이 끊이지 않았다. 공동체 운동은 민란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서 또 그렇기 때문에 중앙의 견제를 받지 않는 지역강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동체 운동은 기존 사회운동의 관성 때문인지 아니면 중앙을 통한 영향력 확대 욕심에서 인지 지역에서 성공을 거둬 중앙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눈에 띈다. 유통을 중시하는 생협운동과 농촌의 생산자 협동조합이 그런 경우이다. 대부분의 경제적 부가 서울과 그 언저리에 몰려있다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가져온 부가 지방을 강화하는 측면보다 서울에 대한 종속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 문제이다.


힘들더라도 애초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 순환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중심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대안 교육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는 땅값이 싼 지방에 있되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전국의 도시에서 온 중산층 자녀들이다. 지역출신 학생이 자기 지역에 있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학생들은 지역과의 구체적인 연고나성이 없이 학업을 마치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 중앙이 지배하는 기존 질서에 편입된다.


교과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다른 패러다임의 사회를 원한다면 운동의 전개과정과 실천에 있어서도 다른 패러다임이 적용되어야 한다. 현실을 이유로 자꾸 중앙의 논리와 타협하다 보면 대안운동은 결국 주류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보조적 운동에 머물고 만다.
지역에 대한 봉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타. 지역 연대와 네트워크의 강화


지경에서 출발한 공동체 운동이 현실을 이유로 자꾸 중앙을 기웃거리는 것은 황폐한 지역 인프라 때문이다. 지역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지역에서 순환하는 유통구조를 만들려면 연대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아서 그렇지 잘 들여다보면 쓸만한 자원과 사람들이 꽤 많이 남아있다. 이를 추슬러서 네트워크화 하고 다양한 연대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것조차 남아있지 않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다른 지역이나 중앙의 원조를 얻어서라도 지역 인프라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계획공동체의 경우 지역에 틀어박혀서는 일체 외부와 단절한 채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경향이 눈에 띄기도 한다. 공동체의 발전 단계상 어느 정도 그런 고립적 발전의 기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져서는 곤란하다. 공동체가 대안으로서 기능하려면 전체 사회와의 부단한 교류 속에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어려움을 혼자서 극복하기보다 다른 공동체나 지역NGO들과의 연대와 교류 속에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고 바람직하다.


파. 국제 연대의 강화


연대와 네크워크의 강화는 지역적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도 강화되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은 세계적 네트워크에서 온다. 흔히들 세계화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화를 강조하지만 그런 일면적인 대응으로는 국제자본의 다면적인 압력에 견뎌낼 수 가 없다.
지역화는 세계화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전일론적 시각에서 볼 때 지역공동체의 일원은 곧 세계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무슨 국제 행사가 열리면 우르르 몰려나가 구경이나 하고 오는 국제활동은 생태공동체운동의 확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국제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국제연대를 통한 빈번한 교류와 협력은 국내 공동체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공동체운동의 세계적 확산을 촉진한다. 개별 공동체로서는 언어문제 등 여러 가지 장애가 있으므로 이를 위해 전국 차원의 공동체 연대가 결성되어야 할 것이다.


4. 생태공동체운동의 발전전망


세계적으로 볼 때 생태공동체운동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서구의 경우 계획공동체의 숫자가 완만한 속도이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다만 지금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는 주기여서 공동체들 내부에 개인주의적 요소가 강조되고 개별경제의 고동체적 연대 형태가 많이 모색되고 있다.


예컨대 완전한 무소유 공동체나 공산주의적 공동체에는 새로운 세대의 형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 대신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네트워크가 곳곳에서 형성 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공동체의 활성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무시한 채 원칙에 입각하여 무리하게 유토피아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것은 실패하기 쉽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근대화의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생태공동체 운동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급속한 세계화는 우리에게 단계론적 발전을 고집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미처 과거를 정리할 틈도 없이 모든 것이 혼재도니 채 오로지 자본과 시장이 이끄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 현실에 휩쓸려서도 또 현실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다행히 우리의 생태공동체운동은 비록 그 걸음이 느리기는 하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 조금씩이나마 진전을 이루고 있다.


주요 도시마다 귀농학교가 있고, 생협이 조직되어 있으며, 대안학교도 어느덧 그 숫자가 150여를 헤아리고 있다. 그리고 민간주도 내지는 민관 합작의 생태마을이 전국에서 시도되고 있다. 토지문제와 생존의 어려움 때문에 계획공동체의 숫자는 크게 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종교단체와 개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 그 밖에 기공이나 명상, 예술, 전통, 치유 등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체체, 성미산주민공동체, 물만골공동체, 생태육아공동체처럼 그 성격과 지향이 다른 다양한 모습의 공동체가 속속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의 생태공동체운동은 대단히 희망적이다.
그 첫 번째 이유가 우리 국민들은 애향의식과 귀소본능이 유별나다는 것이다. 이 특이한 정서가 공동체운동과 잘 결합이 된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 40년 간 지속적으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된 결과 지금 농촌은 텅 비어있는 상태이다. 이 비어있는 공간이 생태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날로 줄어드는 농촌인구를 상쇄하기 위해 귀농자들을 끌어들이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란 점도 긍
정적인 요소이다.


두 번째로 인구집중으로 말미암아 도시환경이 더욱 규격화되고 비인간적으로 변모함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 생태적 각성과 함께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에 대한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귀농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도시 자체를 생태공동체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세 번째로 기존의 사회운동이 변화도니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많은 이탈자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한 숫자가 생태공동체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운동은 적대적 대항관계를 통하여 발전하여 왔지만 생태공동체운동은 상생관계를 통해 사회의 어떠한 부분도 소외되는 일이 없이 사회 전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십여 년간 이루어진 성과를 보면 실로 다양한 문야와 지역에서 생태공동체운동이 벌어졌는데 이는 운동의 시너지 효과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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