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람이 불었다 고요한 바람이.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눈을 동반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는데고요한 바람은 눈을 친구처럼 초청했다.동백나무 가지에, 잎새에 초록을 받침으로 하얀 꽃은 그렇게 앉아 있었고 단풍이 들어 있는 아기 손위에 솜사탕처럼 얹혀 있다.가을이 주는 낙엽의 이미지와 풋풋한 처녀의 설레임처럼 살포시 내린 하얀 눈이 살아 있는 의미를 더해 준다.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는 몰랐다.제각기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온갖 물상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내 눈을 뜨게 하는 이,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도록 하는 이,비록 녹아 빗물이 될지언정 시린 가슴으로 이 곳까지 달려와 하얗게 감싸주고 간 눈을 볼 수 있게 하는 이.이 세상에 보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