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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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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69회 작성일 04-01-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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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운영자 번호 : 338
게시일 : 2004/01/29 (목) AM 11:34:57 (수정 2004/01/29 (목) PM 05:14:05) 조회 : 82

서천군의 오지는 아마도 문산면이 아닐까 할 정도로 여러 부분이 열악하다.
특히 나를 불러 교육을 요청한 문산면 은곡리는 토끼와 발을 맞추고 산다 할 정도로 하늘만 보이는 곳이다.

지도자 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도 지도자라는 단어가 걸려 네 명만 오셨다.

계획을 세워 놓고 강사를 섭외하고 교육을 홍보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 예기치 않은 폭설과 혹한이 몰려 와 내 마음을 뒤흔들고 말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눈이 오면 쉽게 녹지 않으면서, 몇 년 전 눈 오는 날의 교통사고 때문인지 좋아하던 눈이 약간의 공포로 바뀌면서 어린아이 마음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매듭을 지니고 있어 내 자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그 먼 곳에서 오는 이를 기다리는 것이 고통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약간 비켜서기는 했지만 약속대로 이 곳까지 달려 왔고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왔다는 그 열성에 감사할 뿐이었다.

발표도 잘하고 내 마음도 곳곳을 헹구듯이 드러내고 울고 나누고...

역시 우리는 훈련 받지 않아도 이미 준비된 지도자였음을 깨달으며
나이를 탓하지 않고 이제 부터 시작하는 우리가 되자고 다짐했다.

3층 교육장에서 내다보는 설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우리에게 유월형 은곡리 부녀회장은 좋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 우리요, 어제 십 리길을 걸어갔어요. 잘 다니던 버스가 중간에서 도저히 못간다는 거예요.
그 길은 좁아서 눈 길이라 통과하기 어렵다고.'

'그래서요?'

' 어떻게 해요. 그냥 걸었죠. 그래도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들 얘기 도란도란 나누면서 눈 길 걸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 그 얘기 들으니 삼포로 가는 길 소설이 생각나요.
햐얀 눈이 덮힌 길을 마냥 걸어 가던 그 길요.
오랜만에 소설 속의 주인공도 되었네요.'

농담처럼 웃었지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범벅되었다.
자주 찾아 가 이제는 마을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리라.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 곳에서 고유의 전통과 미풍을 살려내고 그 곳을 찾는 이들에게 쉼을 얻도록 해야지.

나도 그 곳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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