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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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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03회 작성일 04-03-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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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운영자 번호 : 349
게시일 : 2004/03/11 (목) PM 04:15:16 (수정 2004/03/11 (목) PM 06:28:39) 조회 : 96

눈을 들면 창문만한 크기의 세상이 보인다.
결혼한 이후로 늘 남동쪽으로 난 창문을 갖고 있는 나는
아침에 산 위로 먼 동이 트는 모습, 오랜만의 늦잠에 햇살이
들어오는 모습 그리고 낮 시간에 방풍림으로 가려진 저 편
바다를 상상하는 일이며 가까이 논밭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을 늘 갖고 있다.

이제 뽀족히 올라오는 수선화를 비롯한 야생화들 새삭,
봄빛을 연하게 지니고 있는 꽃봉오리에서 해매다 맞이했던
봄의 색깔도 집어낸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다시 일어 나 창문앞에 서면 몇 년 전의
모습처럼, 몇 년 후에도 이렇게 서 있을 나를 바라본다.

환경을 바꾸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 나 장항에 나갔다. 성지가 재량학습으로
붓글씨를 써야 하는데 먹물이 없다고 졸라대니 견디지 못하고
일찍 문방구를 향해 갔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장항 시내를
빙빙 돌다가 아주 어릴 적 늘 내 삶터가 되었던 모교인 초등학교
앞에 가서 먹물을 샀다.
맨 먼저 학교에 등교했고, 그 등교길에서 맡았던 동심의 내음이
달려 와 나를 과거로 끌고 가고 있었지만 이내 내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걱정(아침 일찍 장항에 나간 걸로 인해)을 샀지만
어미가 딸의 숙제물을 사러 아침에 나간 것으로 평소에
잘 해 주지 못함을 이 일로 인해 대리만족했다.

학용품가게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부모님의 손으로 사주는
간식으로만 어린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내 어릴 적엔 즐비하게 서 있던 불량식품도 많이 먹었고
학교가 파한 후 사탕 한 알 이라도 입에 물고 다녔는데
그런 낭만조차 없는 아이들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도 역시 지금 창문앞에 서 있으면서 지난 18여년 동안 별로
변하지 않은 환경을 사진을 찍듯이 자세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떤 때는 이 곳을 빠져 나가는 것이 내 할 일 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아예 한발자욱도 떼지 못하고 뿌리가 박혀 있으니
자연의 변화에서 즐거움을 찾는 걸로 만족하는 건지.

너무 오랫동안 같이 묶여 있으니 생각도 별로 변하지 않고
너무 잘 아는 것 같은데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나만
소외감 느끼면서 갈등 생기고 또 풀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니 다시 동무가 생긴다.
노래하는 새들이 날아오고 먼 곳에서 우리를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그러나 여전히 보내는 것에
익숙하고 남아있음에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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