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세 개

이름 : 운영자 번호 : 347
게시일 : 2004/03/04 (목) PM 10:44:05 (수정 2004/03/05 (금) PM 08:40:13) 조회 : 80

너무 이른 새벽이었는지 한참을 잔 것 같아요.
눈을 떠 보니 제가 지나고 있는 곳은 예산이더군요.
오늘 첫 차를 타고 안성까지 간다고 말씀드린 걸 생각하고
깜박 잊고 잠이 든 저를
깨워 열차에 탈 수 있도록 하신 어머니께 감사드려요.

출장이 잦은 저를 위해 온 가족이 고생하는 걸 보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인데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죠.

어머니 , 제가 나설 때 검정 봉지에 싸서 주신 걸 풀러
보았더니 고구마 세 개가 들어 있었어요. 아침을 굶을까 봐
생각해 내신 어머님 손길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어제는 마음이 많이 상해 있었어요.
어머니도 아시면서 말씀 안하시는 걸 저도 알아요.
늘 제가 하던 일이었는데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조금 남아있었나봐요.

성천아빠는 오히려 잘 된 일이고 우리는 새로운 일을 찾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했지요.
그런데도 지금껏 마음이 쬐끔 상해 있었는데 어머니가 싸 주신
고구마 세 개를 보는 순간 마음이 녹았어요.
더 좋은 일로 다시 시작해야겠지요.

고맙습니다 어머니
잘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