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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딛고 있는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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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04-02-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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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운영자 번호 : 345
게시일 : 2004/02/26 (목) AM 08:17:26 (수정 2004/02/27 (금) PM 00:53:56) 조회 : 86

서사리에 살고있는 구금예 할머니는 다리가 아프단다.
병치레가 유난해 남편보다 먼저 갈 거라고들 했는데 혼자 살면서도 정갈한 모습이다. 앞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마당에 들어서면 흩어진 곳 하나없이 아픈 다리 이끌고도 잘 하신다.

정집사 대신 구역예배 인도하러 갔다가 당신의 평생 소원을 말했고, 나는 부족하지만 그 일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일이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함께 공부 하는 일. 아직은 농한기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고 동무도 있어 재미있게 이제 한 달이 지나간다.

어제는 모시러 갔다.
바쁜 사람으로 통하는 나를 한사코 만류하셨지만 이번 일에는 발이 될 것을 약속한 거 아니냐면 서로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요즘은 잘 웃는다. 웃을 일이 많은데도 웃는 일에 인색한 나는 자칫 딱딱하고 교만하게까지 비춰졌는데 지금은 잘 웃는다.

자신이 써 놓은 글자를 보고 어린왕자와 같은 말을 한다.
이건 분명히 6자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니다. 오히려 굳어진 내 의식이 그들의 자유사고를 막는 건 아닌 가 하면서 웃고 칠갑산 노래를 너무 배우고 싶다고 하길래 노래를 틀어놓고 부르면서 웃는다.

'자 여기 보세요. 제가 칠갑산 노래를 들려 드릴텐데 여기에다 칠갑산이라고 쓰고 딱 치면 이렇게 나옵니다요.'

4명의 가수가 나오면서 각기 자기 창법대로 부르는 노래를 우리는 따라했다.
'우리도 이제 곧 콩밭 멜 때가 될건디.... 그려 땀도 무척 나지.'
각기 의견을 말하느라 노래 배우는 일은 뒤쳐지지만 아무튼 배우고 싶다는 노래까지 들려오니 공부 하는 일이 신난다.
'입이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는 지론대로 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달콤한 한글 배우기는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내가 추구했던 함께 더불어 사는 일은 이런 모습이 아닌 뭔가 차원을
달리해야 했고,더 고상한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함께 하는 일은 내가 앞에서 끌어 올리는 일이 아니고 함께 하는 일이었다. 기뻐하며 웃고 서로의 가슴을 안아주고 슬퍼하는 일에서 흙냄새가 난다.

뿌리를 소홀히 하면 근본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땅을 딛고 있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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