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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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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09회 작성일 04-07-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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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하는 남자

이름 : 운영자 번호 : 387
게시일 : 2004/07/12 (월) PM 00:50:16 (수정 2004/07/12 (월) PM 02:12:07) 조회 : 86

합전마을의 어메니티센터는 우리에게 어렵게 다가왔다.
우선 거창한 규모에 놀랐고, 우리 마을에 위치해 있음에도
누구하나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아 조금은 어색한 건물,
생경스럽다고나 할까.

우스웠다.
우리가 원해서 그런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바라만 보고 있으니
정말 이상하고 우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제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니 이 회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발걸음들이 저절로 그 곳으로 옮겨진다.
마을에 찾아오는 분들에 대한 접대가 주로 센터에서 이뤄져
5반으로 구성된 우리 부녀회원들은 자원하는 마음으로
반별로 식사를 준비하니 누구든 합전마을에 사는 사람은
자연히 이 곳에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또한 눈에 익은 풍경이지만 어르신들이 조그마한 가방을
어깨에 메고 컴퓨터 배우러 다니는 모습과 어울려 이제는
마을 복지를 위한 시설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임을 알 수 있다.

어제(11일)는 구미에서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방문했다.
여러가지 체험 행사 중 역시 바닷가 체험이 백미라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경운기 타고 무인도까지 행진했고 돌아온 사람들의
옷차림은 옷입고 헤엄친 사람들처럼 모두 갯벌 투성이었다.

물론 바닷가 입구에서 씻을 수도 있었는데 약간 차가운
기운이 도니 모두 센터로 다시 돌아왔고 씻을 수 있는
공간은 모두 갯벌과의 전쟁이 되었다.

다 돌아간 뒤 마을청소를 맡은 부녀회원들이 여자 화장실 하수구가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하니 남편은 몽키스페너 하나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남자들의 손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 우리에겐 힘든 일도
일도 금방 뚝딱 해 치우니 존경을 받는 게 (물론 여성의
역할에선 존경을 받지만) 당연하다.

한참을 지나도 나오지 않아 들어 가 보니 비닐
빗자루로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보, 여자 화장실 청소를 남자가 해도 괜찮네.'
웃으며 얘기하니 자기도 웃는다.

찜질방겸 샤워실을 점검하던 남편은 나를 크게 불렀다.
'정해창씨가 말하던 고급 목욕기구가 이거네. 이것 좀 봐
스위치를 누르니 사면에서 물맛사지 하도록 되어 있어.'
'우리도 그럼 여기로 목욕하러 오자.'

정작 알아야 할 우리도 이런 시설이 있는 것 조차 몰랐으니
얼마나 무관심 했으면...쯧쯧.


이층에 올라가 컴퓨터 정리하고 빔 프로젝트 종료하니
부녀화 총무가 문단속하러 열쇠를 가져 오겠단다.

마을 일은 마을 주민 모두의 몫이다.
그러나 그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책임도 커지며 자기 영역이 된다.

마을 전체를 내 집처럼 날마다 청소하면 모두가
내 집처럼 보이는 것은 경험하면 누구나 알 일이다.
잠시 들렀다 가는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것을 내 것처럼
지켜낸다면 우리 후손들의 눈에도 그렇게 비치겠지.

시간을 마련해서 마을 찜질방에 누워야 겠다. 피곤한 몸이
좋은 기운을 받아 다시 일어서고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행복을 느끼다면 찾아오는 분들은 덩달아 행복하지 않을까....

비오는 날이었지만 많이도 걷고 얘기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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