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팜

쇼핑몰 검색

#한과   #자갈한과   #2024   #블루베리   #2023   #망개떡   #곶감  

일반게시판

녹두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898회 작성일 04-10-18 16:25

본문

-콩 중에 가장 비싼 콩이 뭐예요?
-다른 건 잘 모르고 아마 녹두가 비쌀 걸.
-왜 그렇죠?
-잘 튀니까.
조금만 놔 두면 어느 새 꼬투리에서 튕겨 나와 버리니 부지런히 따야하고 조금만 습하면 싹이 나 버리니 간수도 잘 해야하고...

올해는 콩 농사가 풍년이란다.
뭐든지 다 좋을 순 없어 고추는 완전히 말라 버린지 오래 전이지만 그래도 콩은 희망으로 남아 있는 작물이다.
그중 녹두는 우리 집에서 많이 재배하지 않는데 올해에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었다고 어머니의 자랑이 대단하다.
좀 부풀러 말하면 콩 하나가 동부콩만이나 할 정도로 토실하니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가.

어머니가 마당에 넓게 자리를 펴고 녹두를 널어 놓으시면서 멀리 튕여 나가니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고 하셨다.

이 녹두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빨래를 널면서 녹두를 발로 툭 차 보았다.
'툭' 이건 보통 소리가 아니다. 마치 나를 왜 때리냐고 항의하듯이 소리를 내면서 저 멀리 달아나는데 내 얼굴이 발개졌다.
자리끝에 앉아 녹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자기 영역을 벗어 나 멀리까지 나가는 그들이 나에게 도전하듯이 보인다. 자연의 소리로는 꽤 큰소리로.
누군가의 힘이 아니어도 제 힘으로 세상을 나올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식물앞에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내 모습을 보자니 30여년을 곱게 키워주고도 늘 걱정이 끊이지 않는 부모님의 걱정에서 못 벗어나는 녹두만도 못한 어린애같다.

우리 성경이가 오늘 원서를 쓴다.
며칠 전부터 남편과 나의 의견은 맞지 않았고 본인의 의사를 들으니 시원찮게 대답하니 답답도 하다.
홍성 풀무학교에 보내자는 남편 의견과 서천여고로 보내하자는 나, 여기도 거기도 아닌 서울로 보내 달라는 성경이.

내 속은 아직 딸을 멀리 보내고 싶지 않은 거고, 아빠는 대안학교의 장점을 보자는 거고, 성경이는 서천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일년을 키운 녹두는 자기가 세상에 나올 때를 스스로의 영역을 만드는데 십 몇년을 같이 하고도 모자라 놓기 싫어하고 그 애의 결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부모의 마음으로 굳히려 하니 자연에서 배운다 하면서고 말짱 엉터리다.

이제는 자루속에 앉아 아마도 그들의 꿈을 얘기하고 있을게다.
엊그제처럼 친정엄마와 함께 녹두 칼국수를 만들어 먹도록 헌신할 지, 청포묵으로 변신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손 안에 쥐면 잘 쥐어지지도 않는 너무도 작은 콩알 하나가 나를 훈계하고 있다.

나는 녹두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테니 당신도 당신의 본분대로 행하시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없음


TOP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겼습니다.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쇼핑계속하기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