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농한기로 접어들어간 때이다.
우리 동네 전업농으로 인정받는 부부도 외국여행을
떠난 걸 보면 이제는 좀 쉬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예년 같으면 김장거리를 마련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장벌에 심어놓은 원추리가 야생화 단지로 몽딸 팔려가는
덕분에 다시 옮겨 심는 꽃무릇과 원추리로 오늘도 여전히
바쁜 날이다.

어머니는 일하면서 참을 준비해 나르느라 분주하시고
성천 아빠는 밭을 고르느라 한창이다.

참을 내가던 어머니는 오토바이 고장으로 다시 오셨고
어머니를 옆에 태우고 장벌로 가는 도중에
오토바이를 보았다.

고장도 잘 나는 이 기계가 마치 어머니 다리를 닮았다.
저녁에는 꼼짝도 못하고 누워 계시다가 겨우 몸을 추스려
기동하는 당신처럼 겨우 손을 봐야만 움직이는
오토바이를 어머니는 사랑한다.

성천아빠의 손이 있어야 다시 움직이고 또 다시
어머니 발 노릇을 하겠지.

텅빈 들녁에 서 있는 오토바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