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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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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1,438회 작성일 05-09-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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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상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물 주는 일이다.
물 주는 일은 쉬운 일인 듯 하면서도 어려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물주기에 있음을 남편은 누누히 강조한다.

호스를 통해 나오는 물이 식물을 지날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의 특권으로
아침마다 나누는 대화는 늘 즐겁다. 나로 인해
기뻐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니 말이다.
오늘도 하우스 안에 들어 가 포트와 화분에 정성껏
물을 주고 이미 천장을 닿도록 키가 커버린 여주와
토마토에게도 선심쓰듯 넉넉히 물을 주었다.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덕분에 적당히 젖은
옷을 매만지자닌 내 가슴에 연두빛 애벌레가 붙어 있다.
이 놈은 내가 누구인지 왜 이 곳에 옮겨져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체 누워 있기만 했다.
아마도 하우스안에 있는 오이잎에서 내 몸으로
이전한 귀여운 놈이겠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몸을 움직이길래
손을 옆에 두었다.
내 손으로 옮겨 온 애벌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듯 머리를 들고 연신 둘러 본다.

작고 부드러운 놈. 반드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 어린 것은 부드럽다. 그래서 아무곳이나
올라설 수 있고 기어다닐 수 있지만 다치기 쉽고.

나도 조그맣고 연한 애벌레다.
이 거대한 우주에 던져진 조그마한 생명체로 익숙한 환경에서
미세한 변화만 생겨도 이내 숨을 죽이고 탐색하는 나,
겁없이 아무 곳이나 달려 나가고 싶은 나, 함부로 목숨을
쉽게 생각하는 나.

작은 놈을 가만히 손등위에서 다시 잎으로 돌려 보냈다.
나도 미물인데 내가 그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는
동일체임을 느꼈다.

어쩌다 내뿜는 물줄기의 힘에 못견뎌 튕겨 나와
내 몸에 붙어 있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익숙한 숨을 쉴 수 있겠다.

내가 편안히 쉴 쉼터- 그 곳이 어딜까.

내가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튕겨 나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느 곳에 안착할 수 있을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곳에
다시 돌아온다면 이 곳에 평안한 숨이 있을것인지.

아직은 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내 몸이 원하고 있는
환경을 그려낼 수 없다. 늘 어정쩡한 모습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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