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다.
흐르는 물은 막히면 돌아간다. 왜 막고 서 있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흐를 뿐이다.

깊은 물이다.
소리없이 흐르며 모든 걸 수용할 수 있다.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로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마음은 있지만 오고 가기엔 먼 거리이니 마음만 있을 뿐인데
기회를 만들어 이 곳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모처럼 만든 계획에 더 많은 곳을 보여 주려고 관계된
기관에 연락하여 협조 요청을 의뢰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되돌아 온 이야기는우리 마을에 문제가 많아
가지 말라는 이야기였고 행선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착잡했다.
대한민국 농촌의 성공은 어떤 모습여야 하나?

방송매체에 많이 나올 것.
방문객이 많을 것.
시설이 많을 것.
지도자의 역량이 클 것.
보여지는 게 많을 것등등등

실패한 마을이라고 했는데
무엇이 실패인지?

그 말로 인해 흥분하는 일도 지쳤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나는 흐르는 물이고 깊은 물이 될 터이다.
어떠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가는 거다.
왜냐면 내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