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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늙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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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1,501회 작성일 06-01-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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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를 맞아 요즘 교회에서 음식을나누는 일이 많다.
특히 주일예배후에는 각 팀별로 점심을 나눠 먹는
일이 일주일마다의 행사다.
오늘은 우리 팀이 배정받은 날이라 어제부터 시장을 보고
시래기 삶아 주신 것을 가져다 물에 담궈 놓고 오
늘 새벽예배 후에는 음식도 만들었다.

아직 교회에서는 중간위치라서 내가 직접 나서서
음식을 만든 다거나 시장을 보는 일이 없었는데 어느 덧
내가 주도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부담도
보통 부담이 아니다.

아무튼 여럿이 또닥또닥 거리며 음식도 만들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은 물어가면서 배우니 힘이
드는 만큼 배움도 커간다.

오늘의 주메뉴는 김치찌게다.
집에서 보통 해 먹는 식으로 하는 줄은 알지만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이니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시행해야 할 것인데 오늘 아침은 바쁠 것 같다는 판단으로
좀 서둘렀다.

김치를 잘 익힌다음에 돼지고기를 넣어야 했는데
한꺼번에 넣어서 맛이 좀 그렇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를 위시한 어른들이 계시는 방에 들어 가
잘 드셨냐고 물었더니
자주색 겨울셔츠에 머리는 염색이 거의 빠져 나간
머리인 뿌리는 하얗고 위는 약간 갈색에 얼굴은
주름이 잔뜩 그어진 얼굴로

-야이, 너는 늙지 말고 이대로만 살아라 -
하신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챙기는 점심에 기분이 한결 좋아지신
모양이다.

진분홍 셔츠에 약간 보랏빛 목수건을 두르고 검은 바지 입은 며느리는
-어머니 이대로만 계셔요-
답했다.

이 순간을 마음 속 사진기로 찍었다.


우리의 모습이 날이 갈수록 더 초라해질 것이다.
언제까지 이대로 계실 것 같은 어머니는 더 늙으실 것이고
예쁘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며느리도 어느 덧 당신을
닮아가면서
그 자리로 옮겨 갈 것이다.

그런다한들 어떠랴.
내 사진은 이미 찍혔고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모습은
어떤 물리적, 화학적 변화만 없으면 그대로 있을 것인데...

그때 어머니는 틀니를 보이며 활짝 웃었고 며느리도
웃었으며 주변에 둘러 싼 우리의 다정한 이웃들도 박수를
치며 웃어 주었다.

이 사진이 오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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