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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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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1,397회 작성일 06-10-1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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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짓다가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내 모습을 찾는 듯이 서 있는 내가 보이고.

며칠 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을 때 내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프구나".
멀쩡하게 벌떡 일어나야 하는데 도대체 말을 듣지 않는
내 몸을 쳐다보며 힘없이 웃었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꼭 움직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파스 붙이고
몸을 추스린 후에 병원에 갔고 침을 맞고 다시 걸었다.

몇 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 말을 새겨 들었지만
다시 가지 않고 또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조금씩은 움직여서 목적하는 곳에 겨우 갈 수 있었지만
며칠을 누워 있었고 병원을 다시 몇 번 더 갔다.

이제는 잘 움직인다. 그러나 이제는 재발이 무서워 몸을 사린다.
어머니가 허리 아프다고 할 때는 그냥 넘겼다.
나이 드신 분들이 으레껏 그러려니 예사로 넘긴 일이 마음에 걸려
어머니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면 내 허리가 아픈 느낌이 든다.

이게 세월인가 보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 내 몸은
점점 더 이상 좋아지지 않고 지금 상태가 최고일 거라는 자각.

이런 생각들이 나를 휘돌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창 밖을 보고 서 있는 내가 쓸쓸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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