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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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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1,440회 작성일 06-09-0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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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햇살이 여유 있던 날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감염색을 시작했다.
감염색은 다른 염색과는 달리 기한이 정해 있는까닭에
마음과 몸이 급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라
무리를 했다.
나무에 달려 있기 버거워 땅에 누워 있는 감들을 연신
모아다가 분쇄기에 갈고 약간의 물을 첨가하여 광목천에
적신 다음치대기가 어려워 발로 밟아 대며 긴 천을 풀밭 위에
나란히 눕혔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만이 온전한 색을 내는 이 염색에 햇빛이
나에게 두렵지만(얼굴에 난 기미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별로 개의치 않고 부지런히 행동하고 난 뒤에야 다리며 손목이 아픈 걸 알았다.
오후에 다시 나가 건조해 진 천을 걷어 재염을 하고 난 뒤에
조금씩 발색되는 모습에 나는 반하기 시작했다.

자연을 물들임.
내가 할 수 없는, 그저 보여만 주셔도 좋은 이 자연의 빛을
이 곳에 담을 수 있다니...
몇 번의 재염 과장을 통하여 서천의 자녁 노을빛을 닮은
옷감을 볼수록 내 마음과 동일시 되는 물들임의 과정속에
자연과 나는 일체가 됨을 느꼈다.

나도 이렇게 자연으로 물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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