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들녘은 초록이다.
텅 비어 있던 논밭이 어느 덧 푸르름으로 빼곡하게 들어차고
국토의 정원사답게 농민들의 손길은 여전히 바쁘다. 농사는
끊임없는 손과 발의 움직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흙과 함께
생활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일은 스스로 선택한 일에 집중하고 최선의 결과를
낳으려는 부단한 노력에 이뤄지긴 하지만 농촌의 여건은
점차 힘들어가고 이 일에 대한 지속가능한 일인지 가
끔 회의감을 들게 하는 일도 부정할 수 없다.

살면서 나름대로의 삶에 의미도 부여하고 해 볼 만 한 일이니
틈새를 뚫고 나가야 하는 가능성을 찾아보자고 스스로
독려도 하지만 더 나아지지 않는 여건들로 부딪치며 산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단체로 연수하며 함께 밤을 지샌
일본 오이따현의 아지무정 주민들에게서도 우리와 비슷한
여건임을 발견했고 독일의 쉐마스호프 공동체등 세계 속의
농민들도 또한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농촌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함께 만나 그 속에서
대안을 만들어 내고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모인 모임이 있었다.
올해 5월 서울에서 전 세계 6억명의 농업인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농업인단체인 IFAP(세계농업인연맹)의
세계농민헌장채택이 있었다. 농업이 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하며 국가나 국제기구가 관심을 나타내고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그 속에서 결의된 내용은 농업인의 역량강화다.

농촌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건강과 평화를 추구하며
인간의 당연한 권리가 소외되는 열악한 환경의 농촌 현실을 알리고 농업의 중요성과 농민의 막중한 역할을 인정해야 함을 촉구했다.

농촌의 다양성속에 문화농업을 창출해 내고 농촌 마을 자체가
전통을 이어가는 농업 박물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농촌을
지키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직불제 시행이 더 폭넓게
시행되어야 한다. 농촌을 이어갈 수 있는 젊은이들의 유
입과 도시민들의 참여를 권장하는 일들로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건강한 농촌을 위해 친환적인 농법과 환경을
만드는 일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하고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도록 교육과 문화여건을 성숙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야 하며 공정하고 공평한 농산물 무역협상을 확립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국가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선포식과 함께
농업인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요즘 전국 각 농촌에서 불고 있는 농촌마을 가꾸기
사업을 보면서 우리의 각오를 되짚어본다.

우선 농업인 스스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지원 사업으로 농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서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 마을들이 경쟁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며
마을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다. 마을의 주체는 주민이기
때문에 외부의 어떤 바람보다도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철저한 준비로 시작되어야 한다.
그 마을의 특성은 주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점을
잘 특화시켜 틈새를 뚫고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둘째로 마을 지도자의 역량강화다. 농촌은 삶 자체가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동안 얽매어 있던 매듭을 풀고 서로의
상처를 싸매주는 치유과정을 갖지 않으면 갈등의 소지가
있고 이 과정을 지혜롭게 해결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침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 역할을 지도자들의 자기성숙에
의한 역량강화를 통해 부단한 노력으로 회복된다면
농촌은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초록이 흘러 논밭에 넘쳐나고 산야를
뒤덮고 있는 한 농업은 여전히 희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인간의 가장 본연의 자세로 돌아올 수 있는 이 농촌이 건재해야
모두가 잘 살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아직도 순박한 인정이
남아있는 이 농촌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농민들은 땀을 흘린다.
< 서천군 군정소식지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