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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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애순 댓글 0건 조회 1,635회 작성일 08-05-26 17:37본문
할머니!
할머니가 억지로 손에 쥐어 준 검정 봉지속의 고사리는
마치 당신을 닮아 있습니다.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오른 놈이 뜨거운 물 속에서 잠시 견디더니
축 늘어져 버리더군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가지런히 널은 후에 잊었는데 한 주먹도 되지
않은 아주 가느다란 고사리로 변해 있었습니다.
제법 묵직했던 무게였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나가 보았더니 저만치
날라가 버려 땅 위를 뒹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몸무게를 닮아 있었습니다.
예쁘던 예전의 모습은 이제 웃을 때 주름이 지는 모습이
고운 것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데
당신은 절 보면 자주 눈물 흘리고 손만 잡아도 우는 분으로 변했습니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고 문이 잠겨 있어 출타한 줄 알았는데 돌아가는
발걸음을 돌리도록 인기척을 내신 할머니는 언제나 반가운 모습입니다.
그 옛날의 일들을 들어 알고 있답니다.
당신이 얼마나 부지런히,
온 동네의 대소사를 찾아다녔는지, 일을 많이 도와주었는지...
먼 세월이 흘러 이제는 당신의 그 젊음을 닮은 저와
마주 잡고 눈물 흘리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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