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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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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애순 댓글 0건 조회 1,782회 작성일 15-11-1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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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은행잎이 땅을 가리고 단풍잎으로 그림 그리는 날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다


호미 한 자루, 앉는 방석 몸에 무장한 채


가려움을 긁어주 듯 부지런히 호미는 움직인다


올해로 89세 어머님의 직장이 된 오솔길


눈 뜨면 그 곳에밥 먹은 후 그 곳에


잠자기 전까지 그 곳에서 떠나지 않고


잡초 하나 하나, 돌멩이 하나 하나


이리 저리 옮긴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실까?


내 상상으론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그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남들은 얌전한 치매라 한다.


또는 일하는 치매라고도 한다


그리고 순한 치매라 한다.


그러나 남들의 평가는 늘 사실을 약간 비켜간다.


우리는 어머니의 일상이라고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말씀이


어머니를 통해 실천된다고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단순한 반복이


삶을 더 경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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