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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와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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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계삼 댓글 0건 조회 2,764회 작성일 11-10-3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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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농부의 경고 "스티브 잡스, 네가 꿈꾼 세상은…"
[변방의 사색] 웬델 베리의 <온 삶을 먹다>
기사입력 2011-10-28 오후 6:27:19


컴퓨터의 사용이 새로운 생각이라면,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더욱 새로운 생각이다. (웬델 베리)

먼저, 스티브 잡스의 명복을 빈다. 그는 비범한 한 생애를 살다간 인물임에 분명하다. 무엇보다 나는 그가 췌장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을 거부하고 혼자 힘으로 병을 다스리려 했던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많은 이들은 이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신비주의적 맹신이라고 깎아내린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제 몸을 열어 칼을 대고 거기에 기계적 화학적 처방으로 몸을 다스리려는 시도를 싫어했던 인간적 자존감, 예측 가능한 처방을 거절하고 스스로 불확실한 시도에 목숨을 내맡김으로써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서 이어간 그의 노력들은 그가 일구어낸 기술적 혁신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이들은 그를 천재라고 떠받들지만, 실은 그를 하나의 ''뛰어난 기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수술을 받고서 더 오래도록 살아남아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도록 운명 지워진 그런 ''창의적인 기계'' 말이다.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천재''이기 이전에 병과 대화하며 서서히 죽어갈 권리를 가진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나는 잡스에게 바쳐지는 헌사들에 이의가 있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공식 전기에서 스스로 고백하듯, 그의 작업은 "먼저 이루어진 성과들 위에서 몇 가지를 덧붙여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산업 기술 문명의 최첨단의 자리에서 그 옷들을 갈아 입혀 온 디자이너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 먼저 이루어진 성과들과 거기에 뭔가를 덧붙이는 일들이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스티브 잡스는 손가락으로 열고 닫는, 조그만 유리창 속의 세상을 가상이 아니라 실재로 여기게 만드는, 일종의 ''환영(幻)影)''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그 환영 속에서 열린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인가. 만인이 만인을 네트워크로 긴박해 놓은 원형 감옥이 아닌가.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도구로 인하여 더 깊이 긴박될 테크놀로지에 대한 종속과 노동력의 착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가끔 중세의 교부(敎父)들이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내놓은 물건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해본다. 엄지와 검지로 이미지를 그러모았다가 펼쳐 놓는,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를 떠올리게 하는 이 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은 이를 두고 인간이 신을 흉내 내는 것으로, 인간으로서는 해선 안 될 ''교만(hubris)''의 행위로 해석하지 않을까.

요컨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잡스가 추구한 첨단의 기술은 인간은 먹는 존재라는 사실, 그 먹을거리가 끊어지면 한순간도 생존할 수 없다는 존재 조건을 한 치도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첨단의 기술 문명이란 실은 이렇게 허망한 것이 아니겠는가.

스티브 잡스의 정반대 편에 웬델 베리라는 미국의 농부가 있다. 팔순이 다 된 고령이지만, 여전히 농사와 문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잡스가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전 세계의 각광을 받으며 수십 년간 내달려오는 동안, 베리는 1960년대 이후로부터 고향 켄터키 주로 되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43세이던 1977년에는 대학 교수직까지 사임하고서 전통적 방식으로 지금껏 농사를 지어왔다. 그리고 근대 산업 기술 문명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에세이와 땅과 고향의 삶을 그린 문학 작품들을 발표해온 저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녹색평론>의 독자라면 <녹색평론 선집>에 실린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 것인가''의 글쓴이로 웬델 베리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그의 글이 담고 있는 명확하고도 근본적인 통찰에 반했고 <녹색평론>에 드문드문 발표되는 그의 에세이들을 지금껏 감탄하며 읽어왔다.

그리고 이번에 웬델 베리의 농업에 관한 에세이와 문학 작품을 발췌해서 모아 놓은 <온 삶을 먹다>(이한중 옮김, 낮은산 펴냄)를 골똘히 읽으며 나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담긴 그의 목소리는 좌우를 막론하고 온 사회에 울려 퍼지는 창의와 혁신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되물어야 할 시점에서, 후쿠시마 사고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4대강 사업 완공과 1퍼센트의 독점에 대한 전 세계의 항의가 울려 퍼지는 이 시점에서, 뭔가 끄트머리를 향해서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향해서 움직여가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되어야 할 진실을 담은, ''경''(經)의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온 삶을 먹다>(웬델 베리 지음, 이한중 옮김, 낮은산 펴냄). ⓒ낮은산

이 세상이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문제가 있으되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고 있는 이들과 웬델 베리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뭔가 근본적인 데서부터 잘못되었다고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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