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팜

쇼핑몰 검색

#2023   #2024   #오디   #곶감   #고구마   #간송정   #사과  

자유게시판

나는 살아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90회 작성일 03-02-10 02:52

본문

이월은 입춘이 지나면서 곧바로 봄이다.엄동설한의 음력정월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바람냄새가 다르다.한겨울 깊이 눌려 있던 기운이 위로 위로 뻗어올라 하늘의 공기를 다르게 하니 우리몸도 예민하게 움직인다.계절의 바뀜을 감지했는지 계절병이 도지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마음으로 혼미해진다.2월이 오고 이제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완연한 봄이 되겠지.희망의 봄이라고 해야하는데 봄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나는 병을 앓는다.봄을 거부하려는, 철조망이라도 , 지팡이라도 세워놓고 오지 말라고 막고 싶은 심정이 몸으로 나타난다.어릴적엔 봄이 좋았다.적어도 결혼전까지는...그러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기에 몸을 달래고 마음을 달래 겨우 추스리면 3월이 훨씬 지난 다음부터 정상적인 기운으로 돌아간다.무얼까?내가 출생으로 보면 봄과도 친숙한데 이유를 캐면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본다.11월 하순에 결혼한 나는 입덧이 심했다. 내 인생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실망과 기대로 겨우겨우 참아냈는데 봄기운이 서서히 오르자 나의 몸상태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가족은 일터로 나갔다. 심지어 칠순이 넘으신 아버님도 들에 나가시고 젊은 아낙은 입덧을 핑계로 집안에 있으면서 누워있자니 마음인들 편하며, 쉬고 있자니 좌불안석이었다.그래도 겨울동안은 늦잠도 잘 수 있었고 책도 읽을 수 있었지만 어른들까지 일터로 나가신 마당에 아무 도움도 못되는 내 자신이 미웠다.호미 자루 들고 밭에 나가 흉내내면서 김을 매자니 알 수 없는 잡초들과 섞여 있어서 웃음감으로 밖에 되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서면 마음 붙일 곳이라곤 아무데고 없었다.그렇게 세월이 지나 제법 농촌일에 익숙해진 나는 여느 농촌주부에 뒤지지 않는 두번의 새참과 세끼의 식사를 해결하는 주부, 공동체의 적극적인 멤버로 자리매김을 해나갔다.그러나 봄을 꺼리게 만든 요인이 다시 발생했다.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처음 시도했던 동백축제를 준비하면서 노란 수선화빛과 함께 어우러진 흙냄새와 바람을 맡으면 멀미를 했다.동백축제를 벌이면서 마음고생을 한 것이 지금도 심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어려운 시험을 보러 가는 학생의 기분, 숙제를 완성해야 하는 눌린 기분,우리가 감당하기엔 부담이 컸던 축제가 봄에 이루어지는 이유로 지금도 봄이 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우울해진다.말로는 농촌의 희망찾기를 한다고 하지만 밑바닥에 끈적하게 눌려있는 마음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부담감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많았었을까?그러나 어쩌랴.지금 수선화는 푸르게 촉을 내밀고 있고 우리는 다시 봄잔치를 준비해야 하는데...그래도 많이 단련되었는지 제법 옛날을 회상도 한다.생명을 움트게 하는 봄바람이든지, 흙바람이든지 이제는 두툼한 뱃심으로 나아갈거다.속으로는 거부하는 기운도 있겠지만 잘 다스리면서 또 하나의 봄을 연출해야지. 그래야 내가 살아있는 맛이 난다.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없음


TOP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겼습니다.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쇼핑계속하기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