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헐거운 장농은 열려 있다.여름 옷, 가을이 함께 섞여 있고 모시옷은 한쪽에 풀이 죽은 시든 잎처럼 놓여 있다.빨래줄에는 어머니의 옷만 널려 있고 오늘은 머리 염색까지 마치셨다.여러번 일러 두었음에도 여권은 연장이 되어 있지 않아 갱신했고 ,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다는 시누이 말에 어머니 마음도 바쁘다.미국으로 여행을 가시는 어머니는우리들 김장할 때 쓰라고 마늘을 준비하고 계시다.어머니 손이 닿지 않으면 분명히 버릴거라며 새끼손톱보다 작은 마늘을 새벽까지 마무리 하실 것이다.우리는 늘 준비하는 사람들 아닌가.이 곳에서 저 곳으로 옮기면서 내일을 준비하고 또 다른 날을 준비하고.아픈 다리로 무리하시는 어머니에게 휴식시간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