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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은 가고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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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08회 작성일 02-08-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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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때에 우리는 주판을 배웠다.장항에서 공부를 잘하던 선배가 대학생활을 뜻있게 보낸다며 여름방학동안 우리를 모아 가르쳐 주었다.3학년 이상의 20여명은 열심히 잘 따라했고 끝날 무렵 즐거운 소풍까지 갔다.지금은 어쩐지 모르지만 우리가 소풍을 갔다하면 장항송림백사장이다.맡아놓고 그 곳으로 가니 우리는 당연한 듯이 또 그 곳을 찾았다.나는 아이들과 함께 물장구를 쳤다.썰물이라 빠지는 물을 따라 자연스레 멀리까지 나갔고 곤색원피스를 입은 나는 게구멍에 두 손을 집어놓고는 온몸으로 갯벌 미끄럼 놀이를 하며 놀았다.서해안의 갯벌은 넓었고 물은 흐렸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놀았다. (하긴 노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열심히 놀았던 빼빼 마르고 또래 보다 키가 컸던 아이였다). 너무도 열심히 놀았던 탓에 물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던 우리는 서서히 밀려 오는 물을 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러나 발이 빠지고 바다의 물길이 물로 차면서 큰 도랑을 만들어 우리를 겁나게 했다.전혀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는 발이 뭍에 닿지 못해 허우적 거렸고 물 속에 오르락 내리락하며 물만 먹었다.마침 내 옆을 지나던 아이가 내 머리채를 잡아 건져 내 주어 겨우 빠져 나올수 있었다.그러나 그 날 나처럼 허우적 거리던 어린 친구는 저 세상으로 갔고 우리는 오랫동안 어린마음에 상처를 지울 수 없었다.다시 고3의 나는 저녁 늦게까지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렸다.우리는 가방과 교복이 주로 검정였지만 그 친구는 별나게도 자주색 가방을 가지고 다녔다.미술을 전공하기 원했고 그래서인지 예술가의 면모를 우리에게 자주 보여 주었다.고3은 정상적인 인간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항변했고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자유함을 선포하기도 했다.공부시간에 가방만 남겨놓고 사라진 친구를 기다리느라 어두워져 가는 교정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렇지도 ,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타난 친구는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서 갔노라며 백사장 이야기를 했다.송림과 함께 파도가 보이는 그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돌아왔다는 친구.모범생의 대명사인 나보다 친구의 모습이 더 멋져 보여 그 애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묻은 아직 떨어지지 않은 하얀 모래를 손에 묻혀 보았다.지금의 나는 복잡하고 엉켜있던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그 송림백사장을 찾았다. 몇몇의 연인들이 밀려오는 파도와 막 구름뒤로 숨어버리는 석양에 감탄하면서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들을 뒤로 차 안에서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옛날 생사의 기로에서 허우적 거리던 나, 폭발할 것만 같은 심정을 바다에 던지고 온 친구로 대리만족하던 나의 옛날은 가고 없어도 변함없이 바다는 그 자리에 있었다. 넓은 수평선에 미움, 슬픔, 욕심을 던져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오늘을 맞이하면서 내 인생의 수레는 이 백사장의 모래위를 힘겹게 구르며 여전히 지나고 있음을 알았다.파도가 지나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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