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팜

쇼핑몰 검색

#2023   #2024   #오디   #곶감   #고구마   #간송정   #사과  

자유게시판

무명의상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28회 작성일 02-07-18 17:46

본문

내 어릴 적에 언니는 예쁜 옷을 만들어 주었다.식구가 많은 우리집은 원하는 학업을 다 마칠 수 없어 학구열이 높은 동생들을 위해 큰언니는 일찌감치 양장을 배웠다.한지를 이용해 옷을 만들어 보거나 집에 있는 자투리 천을 이용해 우리에게 아기자기한 인형옷을 만들어 주곤했다.흰색과 꽃자주색을 이용해 만들어 준 예쁜 원피스를 입고 거울을 보고 스스로 만족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어쩐지 더 예뻐 보이는 그 옷을 늘 입고 다니던 초등학교 6학년생, 나무젓가락처럼 길죽하던 내 모습.이제는 옛날 이야기로 까마득히 잊었던 양장점 이야기를 상기시킨 건 한산에 있는 무명의상실을 찾아 간 연고다.이름을 묻지 못해 알 수 없는 50대의 중년 부인은 나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물론 나와 안면이 있는 건 아니었고 전화로 문의를 하던 중에 서로의 감이 맞았서였을까.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어쩐지 늘 재봉틀위에 앉아 있던 큰언니와 교차되어 빨리 만나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느꼈다.요즘 내가 하는 일은 모시조각을 이용해 모시꽃을 만드는 일이다.서천의 상징이 한산모시라고 한다면 우리가 늘 주변에 한산모시를 접해야 이 고장의 특산물이 활기를 띄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모시를 이용한 소품을 활용하도록 하고 이것이 미약한 시작으로 더 큰 활성화 방안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우리나라의 솜씨 중 으뜸가는 조각보는 조상의 알뜰함이 베어나는 지혜로운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이 높다.물론 색동옷도 천조각을 모아 아름답게 배치를 한 것이 우리의 상징이 되었듯이 모시도 자투리천으로 예쁜 소품을 만들고자 모시의 본지인 한산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친구와 함께 찾아 간 무명의상실은 보통 평범한 집에 간판만 붙어 있었다.얕으마한 지붕에 앞마당은 자잘한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있고 푸른 잎들과 조화를 이룬 아늑하고 고즈녁한 집이었다.요즘 맞춤복하면 앙드레 김의 멋진 의상을 입고 패션쇼를 연상하 듯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조그마한 방을 개조해서 창문쪽에 위치한 재봉틀과 그 위에 널려 있는 모시는 여름 한 철의 성수기를 말해 주 듯 바쁘기만 한 데 그 와중에도 반갑고 기쁘고 맞아주었다.그 옛날 노라노 양재학원에서 배운 실력으로 약 30여년간을 경영하고 있으니 10년이면 하는 일에 전문가라는데 30년의 베테랑앞에 절로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한산모시관에 전시된 모시옷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니 그 솜씨야 말할 나위 없는 것이다.하나의 모시작품이 나오기 위해 무수한 손질이 필요했고 그 정성을 다시 모아 작품으로 표출하며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한산모시의 섬세함과 여인들의 고운 자태를 멋스럽게 연출하는 사람.무명천의 그 순박함이 함께 어우러진 의상실에서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며 청량감을 느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없음


TOP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겼습니다.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쇼핑계속하기장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