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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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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382회 작성일 01-06-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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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남5녀를 둔 엄마(친정어머니) 뱃살처럼 땅은 그랬었다.천년을 이어온 세월동안 생명을 잉태하고 때가 되면 다 내어주는 과정을 반복하는 산모처럼 땅은 그랬다.올해도 어김없이 그러한 땅에 기계가 지나간 자리를 이용하여 땅을 부수고 물을 대고 새로운 작물을 심었다.심고 가꾸고 거두는 과정이 우리네 삶과 같다면 투정도 하고 보상도 요구하련만 우리 엄마 같은 땅은 말없이 또 모든 것을 내어 주고 만다.남편은 자연농법을 도입하여 일찌감치 볍씨를 땅에 그냥 뿌렸다.굳이 모판에 키우지 않아도 잘 자라주는 벼들 덕분에 작년에는 비교적 수월한 농사를 지었기에 작년과 같이 땅을 고르게 갈고는 볍씨를 뿌렸다.그러나 하늘은 비를 내려주지 않았고 볍씨는 새들의 먹이로 변하여 물 댄 논에서는 풀이 더 무성하게 자란 것이었다.무척 고심하던 남편은 결단을 내리길 이제 싹이 올라오는 모들도 있지만 그러나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려면 다시 가는 수 밖에 없다며 1,500여평의 논을 갈아 엎었다.다행히 옆집 태열이 아저씨가 모가 넉넉히 남는다고 하여 모내기를 다시 할 수 있게 되었고, 어두워지는 시야에 애써 눈에 힘을 주고는 좁다란 논둑길에 걸쳐앉은 모판을 트럭에 싣고 논으로 향했다.누군가는 비오는 날이면 널어놓은 곡식 거두러 다니기 싫어 도시로 나왔다던데 모처럼 단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을 하니 비를 맞는 기분도 좋았다.우리 논으로 옮겨간 모들을 이앙기에 싣기 좋도록 논바닥에 가지런히 놓다가 남편이 미끄러져 논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황토로 된 논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놀라는 소리대신 내가 계속 웃으니 남편도 따라 웃는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힘든 일이므로 그만 멈추고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도 비가 오는 밤중에 남편과 생명의 먹거리를 다시 잉태시키기 위해 모판을 나르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나.......그랬다.힘들면 힘든대로 , 또 여유있게 행동할 때는 또 그렇게......농촌의 삶속에 자주 마주보고 웃는 일이 많으면 좋겠다.풍년을 기대하는 마음만큼 더 나은 농촌을 향한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힘든 과정을 해마다 반복하면서도 웃으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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