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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와 자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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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32회 작성일 00-12-1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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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가 너무 작아요.요즘 굴러다니는 게 배춘데 이것도 배추라구'물량이 넘쳐 김장배추가 싸다지만 직접 가꾼 배추가 포기가 좀 작아 대신 절임배추량을 더 많이 넣었노라고 변명할 기회도 없이 직사포처럼 쏟아낸다.서울로만 올려 보내던 절임배추를 가까운 장항과 서천에 주문을 받아 집집마다 배달한다.농협 하나로 마트에 예약 주문하면 그 주문 물량대로 싣고 나가 배달을 하던 차에 이런 부딪침을 당한 것이다.분식점이라 김치를 많이 먹는데 좀 편리하자고 해서 주문했더니 양도 적고 배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니 크기가 큰 배추이리라 짐작한 그 분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무게로 양을 조절한 우리의 변명을 들어주면 이해할 수 있을텐데 씻어온 배추를 고소하다며 한 입씩 베어물으며 화장을 곱게 한 여자분은 계속 투정을 했다.이 일을 맡아 고생하는 오세인 회장은 답변을 하려 했지만 좀처럼 대화가 되지 않는다.'맘에 안드신다구요?그러면 그냥 가져갈께요.마음에 드시지 않으면 언제든지 물리실 수 있어요.'아무런 말도 못하고 서있던 나는이 절임배추가 250kg이에요. 요즘 배추값이 내렸다지만 절여서 씻은 상태로 이 정도면 되잖아요.'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엎드려 여러 번 씻고 박스에 담아 싣고 온 생각을 하며 왜 이런 일을 시작했나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 한마디 거든다.겨우 그 집 아저씨가 나와 일은 일단락 맺고 영 서운하시면 우리에게 연락을 주라고 하고 나왔다.적어도 한 박스에 30kg이상씩 넣고 그것을 주방 아니면 수돗가, 목욕탕까지 들어다 달라고 요청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고 나서 밤에는 죽도록 앓는 소리를 내는 요즈음의 생활을 생각하다가 서서히 지나가야 하는 건널목 철길을 쏜살같이 달렸다.청룡열차처럼 붕 뜨다가 내려앉는 우리들의 모습이 하도 우스워 웃고 말았다.농산물 직거래로 우리 맛있는 배추를 직접 서울로 올리니 너무 쓰레기가 많이 나와 절임으로 시작한지 5년째. 힘든 일 인줄 알면서도 이 때쯤이면 영락없이 다시 시작하는 우리는?둘이서 늦은 점심으로 자장면 먹고 후식으로 껌을 씹으면서 그래도 내년에 다시 할거냐고 묻고는 마주보고 웃어 버린다.트럭을 몰고 배추가 가득 찬 노란 박스를 주저없이 운반하는 우리는 용감한 아줌마 시대의 선봉장이다. 우리들의 앞길을 누가 막으랴.***트럭을 써야 하는 남편이 나를 찾으러 다니다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미안해요. 나도 힘든 하루였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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