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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러 온 인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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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59회 작성일 00-12-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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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뜨는 냄새가 가득하다.배추를 싣고 서울로 올라갈 차를 기다리는 동안 볏짚을 깔고 메주가 누워 있는 방에 나도 누웠다.매번 가을이면 도농 직거래로 우리가 하는 일들- 마을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김장 절임배추를 서울로 몇 차례씩 올리는 일을 올해도 한다.안심하고 밥상에 올릴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을 실명제로 판매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 몇 사람들의 노고가 늘 뒤따른다.어제는 2차로 배추 절임 102박스(한 박스당 27kg 통배추 4kg짜리 10포기 분량)와 쌀 등을 오후 12시에 실려 보냈다.무엇이든지 하나의 매듭을 위해서는 며칠을 고심하고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노력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다.온 세상은 증권으로 허공에 떠 있는 구름을 잡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배추를 잘 골라 쪼개고 간국에 넣었다 건진 후 소금을 조금씩 잎사귀 뿌리는 일을 1,300여 포기 이상을 일일이 손질하는 우리의 손과 비교할 수 있을까?쉽게 얻을 수 있는 부와 노력해도 겨우 얻을까 말까한 노력의 댓가 사이에서 그래도 우리를 세우는 이유가 있다.흔히들 배춧잎으로 표현하는 돈을 그들은 허공에 쌓아놓지만 우리는 생명을 지닌 배춧잎에 소금을 쥐고 속까지 골고루 뿌리며 우리의 양식이 되도록 쌓아놓는다.머리 속의 계산과 육체의 힘든 노동 사이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천차만별이라 할 지라도 내가 하는 것은 생명의 먹거리를 밥상에 올리는 일이므로 힘이 들더라도 이 일을 계속한다.이런 자부심이 없다면 나를 곧추 세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풍요한 생활의 윤택함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우선인 이렇게 온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뒷모습을 남기고 갈 것인가에 늘 생각이 앞선다.경험하러 온 인생우리가 하는 지금의 일은 우리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래도 이 곳을 선택하고 살아보지 못한 어떤 일부분을 감당하고 있음에 오히려 감사한다. 조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고 살고 있음이 신기하다. 비록 힘이 들고 허리가 아파 메주와 함께 누워 있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해 본 또 다른 삶의 여정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그러나 절임 배추를 올리고 또 다른 일을 연장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는 회원들이 이 일을 그만 두자는 암시적인 침묵이 돈다.힘을 쓸 젊은 사람은 적고 육체적인 힘을 요구하는 일이 대부분인 일을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구심을 영 떨치지 못하고 든 잠이라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도 다시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힘을 내어 오후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한다. 나의 남아있는 삶에 진한 감동을 자주 남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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