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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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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애순 댓글 0건 조회 2,034회 작성일 10-05-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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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일만 하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시면 우리 가슴에 못이 박혀.
-살아 있는 동안 움직이다가 갈 때되면 가는 거야, 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데...

정말 그럴까 이렇게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시면 어떻게 하지?
밤만 되면 앓는 소리를 하는 어머니를 본다.
해마다 농번기가 되면 되풀이 되는 이야기지만 올해는 더 힘들어
하시니 감당하기 어렵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다.
고구마를 심어놓고 비가 안 오면 언제든 물을 줘야 하므로 새벽 일찍
동틀 무렵부터 부자는 바울로 갔다.
일찍부터 나가 머위쌈을 좋아하는 가족들에게 따뜻하게 먹어야 한다며 밭에 나가 머위를 뜯어 삶아 놓은 반찬은 이미 식어가고..
아침을 차려 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우리는 밥은 같이
먹어야 한다는 철칙으로 일관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동네분들이 일하러 오고 고구마순을 딴다는 말에
어머니도 트럭에 올랐다.
아침이라도 드셔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고구마순 모종은 당신이
직접 해야한다며 기어이 같이 동행하여 들로 가셨다.
누가 만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고 난감하다.

가슴에 울컥한 게 올라 와 아침을 거른다.
이렇게 먹는 아침밥은 소화하기 어려운 내 상태도 관찰하면서...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면서 어떤 모습으로 하늘나라 가는 사람이
좋아 보이냐고 물었을 때
주저없이 이 곳에서 일하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신다.

오월 연산홍이 온통 세상을 붉게 물들일 때 나는 간다 말도 안하시고
홀연히 떠난 아버님 생각에 긴 시간을 긴장했다.
숨소리가 안나거나, 코 고는 소리가 잘 안들리거나 새벽부터 안방에
불리 켜 있지 않거나, 들려야 할 시간에 소리가 들리는 익숙함이 어색할 때
나도 모르게 긴장하는 순간들을 어머니는 모르실게다.

정답고 다정한 사람들이 어느 날 세상의 부재로 맞딱뜨리는 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지 가슴 한 구석에 감추어져 있다가 불쑥 불쑥
솟아나고 건드러지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리 베어나오는 지를
나 평상시는 잊었는데 머리 한 모퉁이에서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때의 그 마음이 잘 정리되지 않는 때가 반복된다.

일터로 향하는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30년 후에 저런 모습일까? 나도 모르게 학습되고 있을까? 그러면 또 다른 가슴 아픈 사람이
서서 이런 생각하고 있을까?

살아 계시는 동안 잘 해야 하는데 마음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은 채
눈 앞에서 잠시 떨어져 있으면 곧 다른 일에 몰두한다.
이것이 내가 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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