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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넉넉한 우물(裕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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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화댁 댓글 0건 조회 1,100회 작성일 07-11-15 17:4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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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裕井)-도화댁 호(號)입니다. 호(넉넉한 우물)처럼
풍요로웠으면 좋겠네요
.




오랫만에 서실을 찾았다.


밖에서 2층을 올려다 보니 서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대낮인데도 실내엔 불을 켜야 할 정도로 날씨가 우중충하다.


누군가 미리와서 먹을 갈고 있음에 틀림 없다.




초등 5학년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붓글씨를 써보라는 권유에


처음으로 붓을 잡았었다.


그 때엔 서실도 없었고


다만 방과 후면


학교에 남아서 담임선생님의 지도하에


선생님이 주시는 신문지에


글씨를 써 내려가곤 했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계속 지도 받기를 바라셨던 선생님의 뜻을 따르지 못했다.




그 이후로 쉽게 붓을 잡을 수가 없었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불혹의 나이가 되어


다시 붓을 잡는 기회를 가졌다.




그 때 초등학생인 내게 선생님은


'네가 계속 서예를 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대청마루에 앉아 먹을 갈고 글씨를 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셨었는데 그 많은 세월을 보내고


이제야 다시 초등시절의 선생님 말씀을
생각하다니.


그 선생님은 몇년 전 서예협회의 이사장님으로 추대되어


매스컴을 통해
뵐 수
있었다.


선생님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 하실런지.


나이만 먹어버린 보잘것 없는 제자.


그래도 언젠가는 한번 찾아 뵙고 싶은 맘은 간절하다.




서실 문을 여는 순간,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쳤다.


올해도 복숭아와 고구마의 일에 치여서


다른 사람보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는


게으른 내게 늘 따뜻함을 주는 친구들이다.


성별, 나이도 다르지만 그저 묵향을 좋아한다는 사실하나만으로


같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나 보다.




정년을 퇴직하고
노후의 취미로


아이들 어느정도 키워놓고 여유로움을 보이는 가정주부,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자기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 투자를 하는 젊은 엄마등


저마다 다른 얼굴처럼
서로 다른 목표들이 있다.




생계의 일을 우선으로 조금의 시간을 쪼개어


묵향을
맡고자 가끔씩 이곳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나역시도


그들의 틈에서 약간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순간만큼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나자신은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 되는 것 같다.


다만 살아가면서 이런 시간으로 많이 할애할 수 없음이


늘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욕심을 부리면 힘들어진다는 걸 안다.


따라주지 않음에 원망하고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붓을 잡는 순간 만큼은
과한 욕심을 버리려고 한다.




이곳에 오면 연세가 드셨어도 늘 배움에 있어서는


남보다 앞장서시는 어른들의 열정과 대접받기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시는 것이
여러사람의 귀감이 되는것 같다.


그래서 서실의 분위기는 언제와도
항상 한결같이 화기애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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