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불쑥 꺼낸 질문에 그녀는 하릴없이 와인 잔을 만지작거렸다.

"네. 1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한 상태였죠"

"이혼했소?"

"그래요"

"힘들었소?"

"네"

그녀는 개인적인 화제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데렉은 그녀의 생각엔 전혀 개의치 않고 다시 질문을 해왔다.

"가족은?"

"아이 말인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아이는 없었어요"

그녀는 울적한 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여동생이 하나 있어요. 가족이라고는 그 애밖에 없죠. 이름은 크리스틴이라고 하고 열여섯 살이에요. 아직 학교에 다니죠"

그 얘기를 끝으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사실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듯 일반적인 화제만 떠올렸다. 그녀는 그에게 비서로 일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자세한 질문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년 역시 어디서 일하는지는 구태여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죠?"

"농부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응시한 채 천천히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노, 농부?"

그는 그녀의 못 믿겠다는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놀랍소?"